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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맛집

미식가들의 맛집과 요리 140

by 501™ 2017. 6. 7.

미식가들의 맛집과 요리 140

미뢰의 천재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요리를 말했다. 그렇게 140접시가 모였다.

 

  1. 약수동 처가집 – 막국수
  2. 부산 쏙씨원한 대구탕 – 대구탕
  3. 속초 감나무집 – 감자옹심이
  4. 대전 진로집 – 두부두루치기
  5. 동빙고동 오늘 – 명태만두

정말 오랫동안 다닌 식당들이다. 작은 가정집을 개조한 약수동의 처가집은 거의 50년 가까이 단골인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다녔으니까. 고명 없이 동치미 국물에 말아낸 이 집 막국수는 늘 그립다. 대구 머릿살이 들어간 부산의 쏙씨원한 대구탕집도 20년째 다니고 있다. 속초 중앙시장 안에서 파는 감자옹심이는 육수의 비법을 몇 번 물었는데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다. 전주 음식을 파는 대전의 진로집에서는 두루치기를 맛깔나게 볶는다. 여기선 밥 대신 술을 시킨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한식당 ‘오늘’도 즐겨 찾는다. 여러 메뉴가 다 훌륭하지만 어디에서도 잘 만들지 않는 명태만두야말로 별미다. 정구호(디자이너)

 

  1. 저동 평래옥 – 닭무침
  2. 춘천 함지 레스토랑 – 비후까스
  3. 명동 딘타이펑 – 계란볶음밥
  4. 진주 하연옥 – 육전
  5. 페리카나 – 양념치킨

냉면을 시키든 국밥을 시키든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평래옥의 닭무침. 닭껍질도 푸짐하게 들어 있어 닭껍질 마니아로서 무척 반갑다. 물론 더 달라면 더 준다. 함지 레스토랑의 비후까스는 풍미가 남다르다. 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경양식 메뉴와 인테리어, 그리고 ‘뽀이’ 아저씨들까지도 색다르다. 딘타이펑은 밥을 유들유들하게 참 잘 볶는다. 새우볶음밥도 좋고 쇠고기볶음밥도 좋고 XO게살볶음밥도 좋지만, 역시 파와 달걀만으로 볶아낸 볶음밥에 제일 먼저 숟가락이 간다. 진주 하연옥의 육전은 고소함과 사치스러움의 극치이고, 페리카나의 양념치킨은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치킨의 기본이다. 조경규(<오무라이스 잼잼> 웹툰 작가) 

 

  1. 성산동 성산왕갈비 – 된장찌개
  2. 이태원동 리버틴 – 깔라마리
  3. 대현동 밀피유 – 마늘돈까스
  4. 삼청동 도토리 – 스페셜 떡볶이
  5. 제주도 제주늘봄 – 늘봄 한우탕

성산왕갈비집에 가면, 고기로 이미 배가 다 차도 느타리버섯을 가득 넣은 된장찌개 때문에 밥 한 공기를 또 시킨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이고 양파로 단맛을 낸다. 마늘 향이 적절한 이대 앞 마늘돈까스와, 오징어먹물 아이올리 소스에 찍어 먹는 리버틴의 깔라마리도 좋아한다. 삼청동 도토리에서 파는 떡볶이는 즉석떡볶이 특유의 강한 조미료 맛도 나지 않고, 정말 집에서 만든 것처럼 맛이 순하다. 순하다고 해서 요즘 전골떡볶이 같은 맹탕인 맛은 물론 아니다. 적당히 매콤하고 짭짤하며, 달콤한 간도 적당히 조화롭다. 제주도 제주늘봄은 한우구이로 유명하지만, 점심에만 파는 한우탕은 서울의 웬만한 갈비탕보다 더 깔끔하고 시원하다. 서울 시내의 1만 몇천 원씩 하는 갈비탕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1. 부암동 프렙 – 우거지 파스타
  2. 옥수동 일품생고기 – 살치살
  3. 춘천 황소숯불닭갈비 – 닭목살
  4. 제주도 정성듬뿍제주국 – 장대국
  5. 제주도 보엠 – 프레첼

프렙은 틈날 때마다 들르는 방앗간 같은 레스토랑이다. 셰프의 어머니가 직접 말린 우거지를 넣고 만든 오일파스타는 그야말로 프렙의 얼굴이다. 일품생고기의 살치살을 먹다 보면, 고기 한 점이 또 한 점을 부른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황소숯불닭갈비는 살코기가 적은 생소한 닭목살 부위를 숯불에 구워 소금장과 곁들여 먹는 곳이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배부른지 모르고 계속 먹게 된다. 제주도에 내려 가면 곧장 장대국부터 먹는다. 채썬 무의 시원한 국물에 청양고추의 칼칼함을 더하고 장대 한 마리를 통째로 넣었다. 제주까지 가서 무슨 빵이냐고 하겠지만 보엠의 프레첼도 놓칠 수 없다. 고메 무염버터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오크 숙성된 샤도네이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변용진(‘와인21닷컴’ 마케팅 팀장) 

 

  1. 서교동 부려원 – 양꼬치
  2. 연남동 사이토 – 카라이라멘
  3. 서교동 샴락앤롤 – 기네스파이
  4. 합정동 퓨전선술집 – 무조림
  5. 연남동 바다회사랑 – 방어회

홍대 부근에서 10년 이상 살다 보니 리스트가 모두 홍대 쪽이다. 양꼬치를 처음 경험했던 부려원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가 않는다. 해장을 하기 위해 자주 찾는 사이토는 근처 라멘집을 두루 돌다 내 입맛에 가장 맞는 곳을 찾은 것이다. 홍대에서 기네스가 가장 맛있는 집은 샴락앤롤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네스를 넣어 만든 스튜를 품은 파이는 기네스 맥주와 조합이 정말 제대로다. 합정동의 작은 술집인 ‛퓨전선술집’도 좋아한다. 기본 반찬처럼 내는 무조림의 진한 감칠맛에서 요리하는 이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바다회사랑은 방어 철이면 거의 출근 도장을 찍는 집 앞 횟집이었는데, 이사를 하고도 지난 겨울 내내 내 집 들르듯 했다. 김은희(< 에쎈 > 에디터)

 

  1. 주교동 우래옥 – 순면제육냉면
  2. 명동 명동교자 – 만두
  3. 청담동 뚜또베네 – 따야린
  4. 신사동 이사벨더부처 – 포터하우스
  5. 그랜드하얏트서울 파리스그릴 – 치아바타

우래옥에서는 순면보다 고기가 다섯 점 이상 많은 순면제육냉면을 시킨다. 제육 몇 점을 안주 삼아 소주 딱 세 잔을 마시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후루룩 먹으면 호화로운 점심으로 그만이다. 명동교자에서는 부드러운 피와 약간 단단한 듯 뭉쳐진 만두 소를 딱 반으로 가른 뒤, 마늘범벅 김치에 홀딱 싸 먹는다. 샤오롱바오의 육즙은 생각도 안 난다. 뚜또베네 따야린은 달걀 노른자의 비릿함, 세이지 버터의 고소함, 트러플의 오묘함, 이 세 박자가 절묘하다. 이사벨더부처에서는 포터하우스를 주문한다. 본 매로우 속의 골수를 조금씩 긁어 고기에 발라 먹는 맛을 흠뻑 즐긴다. 파리스그릴에선 제대로 만든 빵이 있으면 다른 요리가 훨씬 맛있어 진다는 걸 배운다. 이정윤(< 스타일닷컴 > 에디터)

 

  1. 아산 길조식당 – 호박국수
  2. 해남 성내식당 – 김국
  3. 여수 자매식당 – 통장어탕
  4. 예산 월정 – 달걀찜
  5. 함양 대성식당 – 쇠고기국밥

자작한 국물에 고소한 깨소금을 얹은 호박국수는 전국에서 유일한 스타일의 국수인 듯하다. 도고에서 온천 후 호박국수 한 그릇이면 하루가 행복하다. 새끼보탕, 미자탕으로 유명한 성내식당은 반찬들도 별미다. 특히 식사 때 나오는, 구운 재래김이 듬뿍 들어간 냉김국은 늘 생각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통장어탕은 여수 섬 음식에서 유래됐다. 산 장어의 머리와 뼈를 오래 곤 뒤, 우거지와 어른 팔뚝만 한 통장어 토막을 넣어 끓인 탕이다. 장어의 부드러운 육질과 깔끔한 국물 맛은 스산한 겨울을 달래줄 나의 ‘소울푸드’다. 자매가 한정식을 내는 월정에선 마당의 토종닭이 낳은 알로 따끈한 달걀찜을 만들고, 대성식당 쇠고기국밥은 주인 할머니가 세월로 깊은 맛을 낸다. 피로에 지친 퇴근길엔 이 식당들이 더 간절하다. 이윤화(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1. 공덕동 진미집 – 간장게장
  2. 신사동 바랗 – 가자미식해와 꼬시래기
  3.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홍연 – 베이징덕
  4. 전주 이연국수 – 잔치국수
  5. 신사동 스시 마츠모토신 – 광어초밥

후레이카는 일본의 유명한 중식당. 미슐랭에서 별 하나를 받았다.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에만 특별히 자신들의 비법을 나눠주었다. 홍연의 백미는 단연 후레이카 스타일의 베이징덕이다.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많은 오리를 잡아먹었는데, 잘 구운 오리 껍질만 썰어 말아주는 걸 한 입 먹으면 뭐가 다른지 알 수 있다. 스시 마츠모토의 광어초밥을 먹으면 모든 식탐이 흰 도화지처럼 사라진다. 초밥은 네타만이 아니라 샤리(밥)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새로울 것 없는 광어 한 조각이 숙성의 시간을 빌려 전혀 다른 맛을 낸다는 것에 감탄한다. 전주 이연국수는 정말 평범한 국수인데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 바랗의 반찬을 먹으면서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을 시샘했고, 진미집 간장게장을 먹으면서는 이걸 사준 선배의 사랑을 느꼈다. 허윤선 (< 얼루어 > 피처 디렉터)

 

 

  1. 보령 황해원 – 짬뽕
  2. 제주도 돌하르방식당 – 각재기국
  3. 부산 학골 – 옻 산닭
  4. 인천 용화반점 – 난자완스
  5. 경남 남해군 달반늘 – 장어구이

이 리스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며 알게 된 곳들이다. 이젠 이걸 먹으러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다. 하루에 150그릇만 파는 황해원 짬뽕은 돼지고기와 오징어로 맛을 낸 국물이 마력이다. 제주도 돌하르방식당은 동네 주민들이 건너편에 비둘기처럼 모여 순서를 기다리는 작고 귀여운 가게다. 각재기국으로 해장하면, 술 마실 수 있는 몸 상태로 바로 돌아간다. 미포에 있는 식당 학골에 가기 1시간 반 전, 전복 1킬로그램을 추가한 옻닭을 주문해둔다. 그 사이 온천에 들렀다 식당으로 먹으러 간다. 먹고 남은 국물에 수제비를 떠 먹고, 그래도 남은 국물은 빈 막걸리통에 넣어 집으로 가져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인천에 가면 난자완스를 먹고, 남해군까지 달렸을 땐 장어구이를 먹는다. 손용준(이팅 바 ‘바라붐’ 대표)

 

  1. 양평동 반카부대찌개 – 부대찌개
  2. 연희동 작은나폴리 – 누룽지파스타
  3. 연남동 편의방 – 산동쇼기
  4. 연희동 진평면옥 – 불고기
  5. 인천 연안부두 맘모스회센타 1호점 – 간장게장

양평 코스트코로 쇼핑 가면 꼭 들르는 곳이 반카부대찌개다. 진한 국물 맛은 일단 한 입 떠먹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입맛이 없을 땐 아내와 함께 진평면옥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고, 갑자기 동네에 지인이 찾아왔을 땐 작은나폴리에서 누룽지가 들어간 파스타를 대접한다. 연남동에 있는 편의방은 부부 내외가 열심히 요리하는 작은 맛집이다. 맛에 대한 평가 자체가 좀 실례처럼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집. 닭냉채로 만든 산동쇼기는 한정 판매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거리는 좀 멀지만, 지인들과 함께 다니는 횟집이 맘모스회센타 1호점이다. 이곳에서 회를 한 접시 시키면 함께 나오는 사이드 메뉴가 화려하다. 그중 간장게장은 함께 간 지인들이 정말 환장하고 먹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연복(중식당 ‘목란’ 셰프)

 

 

장우철(GQ 피처 디렉터) 

  1. 정읍 충남집 – 쑥국
  2. 대전 소나무집 – 오징어국수
  3. 공주 진흥각 – 짬뽕밥
  4. 한남동 봄봄 – 블랙올리브파스타
  5. 진주 수복빵집 – 찐빵

내게 맛집은 ‘맛있는 집’이라기보다, ‘또 가는 집’이다. 둘 사이엔 분명 차이가 있다. 충남집에 가면 사시사철 쑥국(쑥을 넣은 된장국밥)이 끓는다. 한 숟갈 수북하게 떠서, 훌훌 식혀, 이 집 할머니의 비법이 담긴 새우젓을 슬쩍 얹으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음식맛을 즐기는 기쁨이 간결히도 요동친다. 한 술 더 떠, 소나무집 오징어국수엔 한식의 어떤 극단이 있다. 뭐라 설명할 지 모르겠으면서도, 이 맛을 좋아라 느낄 수 있다는 게 차라리 신비롭달까? 진흥각은 맛이며 분위기며 운영 방식까지 참 알차게 마음에 드는 집이고, 봄봄은 점심에 먹고 저녁에 또 생각나는 복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진주 수복빵집 찐빵이 생각난다. 예쁜 사람 입 속에 하나씩 넣어주고 싶다.

 

강보라(루엘 피처 에디터) 

  1. 청담동 보타이 드 버틀러 – 트뤼플 살사를 곁들인 한우 육회 리소토
  2. 홍제동 우동국수 – 우동국수
  3. 서래마을 빠니스 – 티앙 샌드위치
  4. 이태원동 고사소요 – 양고기 스테이크
  5. 연남동 쏘이연남 – 쇠고기국수

요즘 자꾸만 발길이 닿는 곳으로 골랐다. 개인적으로 치즈만 뿌린 순결한 리소토에 대한 페티시가 있는데, 보타이 드 버틀러에서 한우 육회가 고명처럼 올라간 순결한 리소토를 만나고 눈물의 유레카를 외쳤다. 밤 9시 땡하면 국수를 팔기 시작하는 홍제동 포차에선 3천원짜리 우동국수를 먹는다. 테이블 사이로 술잔이 넘나드는, 토박이 주민들의 요새 같은 곳이다. 빠니스는 일본 드라마 <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있기 좋은 날 >이 딱 떠오르는 곳. 구운 야채가 듬뿍 든 티앙을 즐겨 먹는다. 고사소요에서 만드는 양고기 스테이크는 양고기 특유의 향이 매력이다. 쏘이연남 쇠고기국수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택희(중앙디자인웍스 대표) 

  1. 대치동 고운님 – 남도식 제철 해산물 요리
  2. 서교동 우동카덴 – 우동스키
  3. 운중동 능라도 – 냉면
  4. 경기도 광주 마당넓은집 – 산채와 장아찌
  5. 익산 동일가든 – 참게탕과 참게장

고운님은 전남 고흥 출신 주인장이 지정 거래처를 두고 식재료를 직접 조달하는 식당이다. 당연히 철 따라 자연산이 식탁 위에 올라온다. 냉면이라면 능라도, 우동이라면 우동카덴이다. 우동스키는 제대로 하는 집이 한국에 거의 없는데, 30가지가 넘는 우동 종류를 파는 우동카덴의 것은 본토 맛이 부럽지 않다. 지방 음식점으로는 두 군데를 골랐다. 전국에서 모은 나물을 별별 방법으로 가공하고 저장했다가 상에 내는 장영순 씨의 마당넓은집, 주문을 받으면 쌀부터 씻고 상상을 뛰어넘는 세월을 머금은 김치(6~9년), 장아찌(5~15년), 깻잎(11년)을 내는 동일가든 모두 반찬이 진짜 주인공이다.

 

미깡(<술꾼도시처녀들> 웹툰 작가)

  1. 연남동 제리코바앤키친 – 로맨틱 루콜라&바질 파스타
  2. 망원동 양평해장국 – 해장국
  3. 혜화동 혜화칼국수 – 국시
  4. 성산동 해궁막회식당 – 과메기
  5. 원효로2가 원효로 – 생연어회

로맨틱이라 이름 붙은 이 파스타는 이탈리아 치즈와 잣의 조화가 훌륭하다. 해장이 필요할 때면 열 일 제쳐두고 달려가는 곳이 양평해장국. 신선하고 말캉한 선지와 내장이 듬뿍 들어간 해장국을 싹 비우면 뼛속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혜화칼국수는 양지머리 육수가 진국이고 면발은 가늘고 부드러워 후룩후룩 넘어간다. 해궁막회식당 과메기는 감히 ‘우주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살집이 통통하면서도 꾸덕꾸덕하게 잘 마른 과메기에, 바다 내음 나는 물미역, 정직한 김, 새콤한 초장…. 아, 또 침이…. 원효로에 가면 이렇게 외친다. “회란 두툼해야 제맛!” ‘쿨내’ 풀풀 풍기는 사장님이 썰어주는 생연어회는 그 두께만큼 맛도 꽉 들어찬다.

 

이성곤(<바앤다이닝> 발행인)

  1. 서초동 영변 – 세꼬시
  2. 반포동 르쁘엥 – 한우 미트소스 라자냐
  3. 방배동 브란덴부르크 – 모둠 소시지
  4. 신사동 라바W – 큐브스테이크
  5. 역삼동 마루가메제면 강남 – 멘타이가마타마

‘스키다시’가 많이 나오는 횟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변은 오로지 막장과 회로 승부한다. 시끄럽지만 대화가 필요 없는 상대와 같이 가기엔 더할 나위 없다. 르쁘엥은 진경수 셰프의 새 식당이다. 고기 다루는 솜씨는 여전하고, 일곱 시간 끓여 만든 라구 소스로 속을 채운 라자냐는 영혼이 깃든 듯한 맛을 낸다. 브란덴부르크의 안주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오래된 의자와 테이블, 80년대 탄노이 스피커에서 흐르는 주인장의 음악 취향이 좋다. 라바W는 젊고 재능 있는 셰프의 재미있는 메뉴가 좋다. 사누키 우동이라면 단연 마루마메제면. 육수 없이 달걀 노른자로 비비는 멘타이가마타마는 면의 진정한 맛과 대면할 수 있다.

이지민(블로그 ‘대동여주도’ 운영자) 

  1. 서교동 진진 – 멘보샤
  2. 이촌동 수퍼판 – 서리태 마스카포네
  3. 예지동 광장시장 은성횟집 – 대구탕
  4. 서교동 로바다야 카덴 – 옥돔구이
  5. 논현동 영동시장 반피차이 – 까이 텃

빵 사이에 새우살을 넣고 튀긴 중국식 토스트인 멘보샤는 진진의 대표 메뉴. 가게를 찾은 모두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수퍼판은 요리연구가 우정욱 선생의 가게인데, 특히 두 시간 동안 졸인 검은 콩을 달콤한 마스카포테 치즈에 버무린 이 와인 안주는 정말…. 광장시장에서 각종 간식거리를 당기는 대로 챙겨 먹고 나면 꼭 은성횟집 대구탕으로 마무리한다. 이리가 듬뿍 들어 속풀이는 물론이고, 입맛도 개운하게 해준다. 요즘 가장 뜨거운 술집 로바다야 카덴에선 비늘이 바삭바삭 살아 있는 옥돔구이를 반드시 주문하고, 셰프도 함께 유명해진 식당 반피차이에서는 태국식 프라이드치킨인 까이 텃을 꼭 시킨다. 아예 까이 텃 전문점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셰프에게 제안했다.

 

문종현(이미지창작밴드비어 감독)

  1. 인천 차이나타운 원보 – 오향장육
  2. 강릉 사천진리 장안횟집 – 우럭미역국
  3. 전주 남부시장 조점례피순대 – 순댓국
  4. 부산 합천일류 돼지국밥 – 돼지국밥
  5. 당주동 광화문 서서갈비(구 삼미사철탕) – 토종 닭볶음탕

원보는 만두가 유명하지만, 난 이곳의 오향장육을 좋아한다. 술을 곁들이면 돼지고기 사태가 부드럽게 녹는다. 강릉 장안횟집에 가면 유명하다는 물회보다도 우럭미역국을 더 열심히 먹는다. 늘 먹던 미역국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이 집에서 처음 알았다. 노점례피순대의 순댓국과 합천일류 돼지국밥은 이 글을 쓰느라 잠시 맛을 떠올렸을 뿐인데도 입에 침이 고인다. 필히 순댓국엔 부추를 듬뿍 넣고, 숟가락 위에 피순대와 부추를 모두 올려 한 입 크게 먹어야 한다. 광화문 서서갈비의 토종 닭볶음탕은 걸쭉하면서 칼칼한 국물이 예술이다. 간이 좀 센 편인데, 그래서 술안주로 먹기에 좋다.

 

임규목(대신증권 홍보팀)

  1. 광화문 신안촌 – 홍어 삼합
  2. 충정로 양마을 – 양갈비
  3. 여의도동 조원 – 오리꼬치구이
  4. 여의도동 낙지한마당 – 낙지초무침
  5. 신문로2가 베니니 – 안심스테이크

사회생활하면서 처음 배운 홍어는 주로 신안촌에서 먹는다. 흑산도에서 가져온 홍어는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격 대비 맛이 좋다. 양꼬치가 아니라 양갈비를 먹고 싶을 땐 양마을을 찾는다. 향이 강한 카레와 커민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맥주를 반주로 걸칠 때도 있다. 닭꼬치가 아닌 오리꼬치를, 부위별로 세심하게 먹고 싶을 땐 조원으로 간다. 1인당 3만원 정도면 아쉽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간혹 영 입맛이 없는 날은 점심 식사로 양념이 강하지 않은 낙지초무침을 먹으러 간다. 애피타이저 겸 먹기도 하고 밥을 비벼 먹을 때도 있다. 맛있는 스테이크집이야 서울에 많지만 광화문 근처, 가격도 좋고 돌판에 구워 먹는 재미도 있는 베니니의 스테이크가 자꾸 생각난다.

 

김형욱(현대카드 컬처마케팅 팀장)

  1. 대치동 은마상가 만나분식 – 떡볶이
  2. 을지로2가 만선호프 – 노가리와 황태
  3. 한남동 나리식당 – 삼겹살
  4. 삼성동 현대백화점 송 – 냉모밀국수
  5. 주교동 우래옥 – 불고기

누구나 좋아하는 곳,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갈 수 있는 곳, 뒷맛에 약간의 중독성이 남는 곳을 좋아한다. 만나분식의 떡볶이, 노가리를 찍어 먹는 만선호프의 양념장, 나리식당의 새콤달콤한 파무침, 텁텁하지 않은 송 냉모밀 국물 모두 뒷맛에 묘한 끌림이 있다. 우래옥은 이북이 고향인 부모님을 따라 오래전부터 다녔다. 미국 유학을 가서도 챙겨 먹었다.

 

윤재웅(프리랜스 에디터)

  1. 연희동 몽고네 – 연어카르파초
  2. 동해 묵호항 부흥횟집 – 물회
  3. 논현동 파르테 – 라자냐
  4. 운니동 비스트로 차우기 –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요리
  5. 반포동 파크로얄 – 곰취갈릭파스타

도톰한 연어에 향긋한 풍미가 터지는 카르파초, 새콤하면서도 진한 육수의 물회,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미트 소스를 채운 라자냐, 닭육수와 버터를 넣고 조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고추장 없이 비비는 비빔밥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고 고소한 곰취 파스타. 모두 눈이 번쩍이는 맛.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게 되는 맛.

 

메이(요리 연구가)

  1. 서교동 진진 – 마파두부
  2. 연희동 목란 – 가지볶음
  3. 인사동 부산식당 – 밥
  4. 남가좌동 신흥떡볶이 – 떡볶이 
  5. 중학동 한일관 – 불고기

우리나라의 마파두부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아 늘 아쉬웠다. 하지만 서교동 진진의 마파두부는 중국 산초라 불리는 호초를 듬뿍 뿌려 먹을 수 있고, 향이 강한 고수까지 곁들이면 현지의 맛이 제대로 난다. 일하고 있는 스튜디오 바로 앞에 있는 중식당이 목란이다. 이곳의 이연복 셰프는 채소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고려해 메뉴판에도 없는 가지볶음을 만들어준다. 맛있고, 감사하다. 부산식당은 반찬들도 맛있지만 특히 밥이 참 따뜻하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하루 종일 담겨 있던 밥이 아니라, 막 지어 살포시 퍼준 밥이다. 신흥떡볶이는 우연히 들렀다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떡볶이 맛에 반한 곳이다. 한일관의 불고기도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어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이영지(<럭셔리> 리빙 에디터)

  1. 이태원동 왕타이 – 톰양쿵
  2. 신사동 미미면가 – 붓카케소바
  3. 서교동 진진 – 게살볶음
  4. 신사동 개화옥 – 된장국수 
  5. 상수동 타버나드 포르투갈 – 프란세진야

서울 시내 어떤 톰양쿵보다 국물의 밀도가 높은 왕타이의 톰양쿵을 사랑한다. 갖은 재료가 깊게 우러난 맵고 새콤한 국물에서 기본기가 느껴진다. 오래 씹어야 더 고소한 맛을 내는 메밀 건면에, 우니와 단새우가 올라간 붓카케소바는 점심 때마다 생각난다. 진진의 게살볶음은 함께 나오는 짜사이와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다. 홍게살에 달걀 흰자와 죽순, 버섯 등의 채소를 넣고 고추기름을 뿌려 오래 볶았다. 개화옥 된장국수는 통통하고 쫄깃한 면 맛 덕에 마지막 한입까지 만족스럽다. 고기, 살라미, 햄, 과일, 견과류를 넣어 속을 가득 채운 실한 포르투갈식 샌드위치 프란세진야는 그 든든함에 반했다.

 

미식의별(음식 블로거) 

  1. 창천동 크리스터 치킨 – 핫치킨 
  2. 동교동 토미스 베이커리 – 깡파뉴
  3. 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 – 함박스테이크와 리조토
  4. 창천동 네이버후드 – 고르곤졸라 피자
  5. 서교동 비거스 – 클래식 버거

크리스터 치킨은 치킨의 진리다. 촉촉하게 튀겨달라 주문해야 한다. 토미스 베이커리의 ‘식사빵’은 종류별로 먹어보길 권한다. 그 중에서 왕중왕을 꼽는다면 깡파뉴다. 트라토리아 오늘에선 1만1천원으로 파인다이닝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럽고 섬세한 맛의 함박스테이크는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혀의 안식처다. 리조토엔 수란이 올라가는데 굳이 깨서 비빌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맛의 밸런스가 무너지니 따로 먹는 게 좋다. 네이버후드의 고르곤졸라 피자엔 꿀이 없다. 꼬릿꼬릿한 고르곤졸라 치즈의 풍미가 가득이다. 비거스는 메뉴판의 설명 그대로 햄버거를 만드는 곳이다. ‘순수 100% 쇠고기 패티와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낸 정통 아메리칸 버거.’

 

정호영(이자카야, 우동, 로바다야 ‘카덴’ 셰프)

  1. 서초동 미나미 – 니싱소바 
  2. 서교동 하노이안 – 분짜 
  3. 합정동 쿠이신보 – 닭다리살 구이 
  4. 신월동 제주영롱가 – 흑돼지목살
  5. 서교동 이치류 – 양갈비

서초동 미나미에서 니싱소바를 먹으면, 맛에도 품격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오전, 오후 두 번 제면을 하고, 적절하게 간이 밴 조린 청어를 올렸다. 하노이안은 무작정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배워온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다. 분짜 한 그릇 먹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쿠이신보의 닭다리살 구이는 정말 속까지 잘 익었다. 촉촉하다. 나도 구이 요리를 팔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맛 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가격, 분위기, 위치, 밑반찬이 그리 특출나지 않아서 오히려 고기를 제대로 돋보이는 곳이 신월동에 있는 제주영롱가다. 고기에 제대로 몰두할 수 있다. 서교동 이치류는 양고기를 처음 먹는 어린 양들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곳이다.

 

배지영(‘피오나배’ F&B 전문 PR회사 대표)

  1. 담동 메종드라카테고리 – 뽀 오프
  2. 서교동 로칸다 몽로 – 문어감자샐러드
  3. 부산 달뜨네 – 스지시락국
  4. 청진동 오두산메밀가 – 메밀묵무침
  5. 중학동 오키친3 – 로스티드치킨

메종드라카테고리에서 세 가지 부위의 쇠고기가 채소와 함께 어우러진 뽀 오프를 먹고 깜짝 놀랐다. 프랑스식 고기 요리는 크리미하고 느끼한 줄로만 알았는데! 로칸다 몽로의 문어감자샐러드는 부드럽게 삶은 문어, 씹는 맛이 좋은 감자, 신선한 올리브유, 쌉쌀한 맛의 루콜라가 평화롭게 버무려졌다. 술 첫 잔에 곁들이기에 그만이다. 쇠심줄과 씹을수록 구수한 시래기가 만나 깊이 있는 국물 맛을 내는 달뜨네의 스지 시락국은 단돈 5천5백원이니 그 맛을 더 잊을 수가 없고, 오두산메밀가의 메밀묵무침은 100퍼센트 메밀묵의 투박한 식감에 여운이 유독 오래간다. 오키친의 로스티드치킨은 겉에 꿀을 발라 바삭하게 껍질을 굽고, 속은 부드럽게 익힌다. 쌉싸래한 페스토 소스가 맛의 균형을 잡는다.

 

정미환(칼럼니스트, CRAFT 편집장)

  1. 신사동 라꺄브뒤꼬숑 – 푸아그라 파테
  2. 이태원동 페트라 – 타볼리샐러드
  3. 청파동 경성 양꼬치 – 훠궈와 마파두부
  4. 음성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 탭룸 – 소시지
  5. 부산 중앙식당 – 대구탕

소시지보다 테린을, 테린보다 파테를 좋아한다. 라꺄브뛰꼬숑의 푸아그라 파테들은 전부 맛있지만, 그중 과일이나 포트와인으로 달콤하게 숙성한 것들이 입맛에 맞는다. 양파, 토마토, 쿠스쿠스를 섞고 올리브유와 레몬즙으로 맛을 낸 타볼리샐러드를 페트라 창가에서 먹으면 ‘이제 여름이구나’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훠궈의 관건은 ‘마라’의 정도다. 경성 양꼬치의 홍탕은 지독한 얼얼함과 감칠맛으로 먹는 이를 중독시킨다. 음성에 있는 브루어리에선 신선한 스타우트, 제주 감귤 에일 등을 마신다. 안주 중엔 소시지가 최고다. 중앙식당 대구탕은 무와 생선, 두 가지 재료로 맛을 낸다. 국물이 달고 맑다. 무엇보다 고니가 입 안에서 진하게 녹는다. 크림보다, 최고급 프레시 치즈보다 맛있다.

 

김성윤(<조선일보> 음식 전문 기자)

  1. 입정동 을지면옥, 필동 필동면옥 – 냉면 
  2. 제주도 돌하르방식당 – 고등어회
  3. 김해 대동할매국수 – 멸치국수
  4. 맥도날드 – 프렌치프라이
  5. 신세계떡방 동병상련 – 건빵튀김

이북 집안 사람들은 매주 일요일 패턴이 똑같다. 교회 후, 냉면집이다. 을지와 필동은 겹치지 않게 격주로 일요일에 쉰다. 그래서 우리 집은 이번 일요일, 아버지가 좋아하는 필동면옥에 가면 다음 일요일은 내가 좋아하는 을지면옥에 간다. 싸울 일이 없다. 제주도에 착륙하면 서둘러 돌하르방식당으로 간다. 각재기국으로 이름난 식당인데 나는 고등어회를 주문한다. 숙성을 잘 시켰는지 유난히 고소하다. 김해에선 멸치국수를 먹는다. 이 집에선 멸치 내장을 따지 않고 국물을 우리고, 탄력 좋은 구포국수를 삶아낸다. 가격을 지워도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는 맥치킨 속에 바른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다. 아예 맥치킨 안에 우겨 넣고 함께 씹어 먹기도 한다. 추억의 건빵에 키치한 재미를 더한 건빵튀김도 좋다.

 

손기은(GQ KOREA 피처 에디터)

  1. 광명 광명곱창구이 – 모둠 곱창
  2. 서교동 쿠자쿠 – 쇼유라멘
  3. 이문동 로지스시 – 지라시스시
  4. 구의동 어반나이프 – 모둠 소시지
  5. 훙성 홍북식당 – 안 매운 칼국수 

광명은 숨겨둔 애인이 있다고 해도 선뜻 나서지 않을 정도로 우리 집에서 멀다. 그런데 이 집 모둠 곱창을 먹고부턴 각종 핑계를 모아 광명으로 간다. 부추와 곱창을 야무지게 젓가락으로 잡고, 특제 소스를 앞뒤로 발라 먹는다. 근처에 이케아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더 뻔질나게 갈지도…. 서교동 쿠자쿠에서 진하고 그윽한 쇼유라멘을 먹으면 충전을 한 듯 기분이 좋아진다. (먹는 순간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지라시스시가 있는 로지스시도 내 마음의 충전소다. 집에서 몇 걸음 나가면 있는 어반나이프는 프라이드치킨보다 맛있는 소시지를 만든다. 남은 건 다음날 아침으로 또 먹는다. 먹다 먹다 서울이 비좁게 느껴질 때면 차로 딱 1시간 반 거리인 홍북식당으로 간다. 고춧가루 풀지 않은 칼국수를 얻어 먹고 힘차게 서울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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