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대신 집가져가세요
2년 후 전세입자들은 "전세금 대신 집을 가져 가세요"라는 집주인들의 어쩔 수 없는 요청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의 눈에는 수년후 일어날 일들이 눈에 선합니다. 이 문제는 금리상승 및 장기불황과 맞물려 아주 큰 문제가 되어 폭발할 것입니다.
미친 전세값? 집주인도 전세입자도 아무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주택 대신 화폐를 선호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집주인은 주택 대신 현금을 손에 쥐기를 절실하게 원하지만 화폐와의 교환(매매)은 매우 어렵습니다. 전세입자들 또한 주택이 아니라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를 원합니다. 전세입자들의 관심사는 주택보유가 아니라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1. 금리인상 시대 현금 선호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저는 이전에 쓴 여러 글에서 금리인상이 임박했으며 그것은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거대한 패러다임의 이동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40. 현금이 왕이 되는 시대; 거대한 패러다임의 이동이 시작되다
위의 두 챠트는 달러화 금리에 기준이 되는 미국채10년물과 원화 금리의 기준인 3년물국채 그리고 10년물국채의 금리 추세입니다. 이 두개의 챠트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운에 맡기는(사실은 남의 손에 맡기는) 사람입니다.
버냉키가 아직 양적완화를 축소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채의 금리는 거의 두배로 올랐습니다. 9월 이후 실제로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그때부터 금리는 더욱 빠르게 오르기 시작할 것이고 지금처럼 낮은 금리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국채금리도 따라 오르고 그에 따라 국내의 모든 금리도 오르게 됩니다. 저 챠트들은 그것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르면 채권, 주식, 부동산은 모두 그 가치가 떨어져 현금 자산을 따라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사람들의 화폐선호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택소유자도 전세입자도 주택보다는 현금을 선호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2. 미친 전세값의 함정; 주택 가격에 가까운 전세가는 실질적인 매매
사람들의 화폐선호가 높아지면서 전세입자들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고 월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전세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주택가격에 가까운 전세가는 법적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을 뿐 경제적인 의미로는 매매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은행들은 주택대출을 할 때 전문기관에 맡겨 감정가를 산정한 다음 감정가의 85% 정도를 최고액으로 하여 130%의 근저당권을 설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감정가가 1억원이라면 최종적인 대출은 최대 약6540만원 정도가 됩니다. 이 금액이 그 주택의 담보가치입니다.
전세입자들은 한편으로는 세입자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처럼 주택을 담보로 하여 거액의 전세금을 대부해주는 채권자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600~900조원으로 추정되는 총 전세금은 전체 약547조원(2012년 말 기준)인 주택담보대출을 압도하는 최대의 사금융인 셈입니다.
그런데 현재 전세금은 주택의 담보가치를 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때 담보가치 초과분은 담보가 없는 일종의 '신용대출'입니다. 더 나아가서 주택시가의 70%만 넘어도 주택소유자는 상환능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전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서 상환해야 합니다. 만일 어떤 사정에서든 다른 전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담보물인 주택을 전세금 대신 돌려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에는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지불하는 전세금이 주택가격에 육박하고 심지어 주택가격을 넘는다면 그것은 주택의 화폐가치를 이미 모두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소유권만 이전되지 않았을 뿐 경제적으로는 매매가 이루어진 것과 같습니다. 현금이 절실히 필요한 주택소유자들은 이때문에 전세가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겁니다. 전세금 상환은 집주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2년 후 다른 전세입자가 그만큼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 부동산의 추락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지만 어디까지 오르게 될까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보아야 합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금리의 기준인 3년물국채의 금리는 평균 5%가 넘었습니다. 3년물국채금리가 그 수준이면 대출금리는 적어도 8%가 넘게 됩니다.
금리가 이렇게 오를 때 과연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한달에 100만원을 이자로 내던 사람들이 200만원 가까이 내게 된다면.....더구나 좋은 일자리는 찾을 수 없고 내수가 무너져 있어 자영업마저 쓰러지고 있습니다.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는 이상은 부동산의 운명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저금리 하에서도 가계부채는 줄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에 대해 정말 안좋은 소식은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는 50~60대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빨리 늘고 있다는 겁니다. 40대의 경우도 이자는 감당하더라도 원금상환이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자신도 금리가 오르면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무겁습니다.
| ’10말 | ‘12말 | 증감액(증감율) |
20대 | 7.4 | 7.2 | -0.2(-0.4%) |
30대 | 92.4 | 93.5 | 1.1(2%) |
40대 | 174.5 | 188 | 13.5(24%) |
50대 | 142.2 | 165 | 22.8(42%) |
60대 이상 | 76.4 | 93.1 | 16.7(30.9%) |
자료: 금융감독원 제출
경제의 흐름을 볼 때 앞으로 금리인상이 자명한 이상 부동산의 추락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빚으로 빚을 막아야 할만큼 임계점을 넘은 가계부채에 대해 부채를 팽창시키는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근본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달러화 금리가 오를 때 금리를 따라 올림으로써 비로서 그들이 할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4. 돌팔이 처방과 헛된 기대들
정부에서는 임대주택 확대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두배 올리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주택거래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합니다. 임대주택 확대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 대책은 전세금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 하나입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부채서비스는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전세입자들의 고통이 있더라도 전세자금 대출을 늘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입자에 대한 대출은 매매를 대신하는 우회적 방법으로 주택소유자들에게 지불되지만, 문제는 고스란히 전세입자들의 부채로 남는다는 겁니다. 그건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전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2년이 지난 후 집주인과 전세입자의 극심한 분쟁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경제환경에서 일단 감당못할 부채를 지게되면 다시 일어서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부에서는 전세값이 치솟으면 매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얘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그것은 정말 헛된 기대입니다. 주택소유자도 전세입자도 주택이 아니라 현금을 원합니다. 더구나 정부와 일부의 기대대로 주택매매가 늘어나려면 사람들이 더욱 많은 부채를 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이들의 머리는 도대체 생각을 하라고 있는게 아니라 장식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일까요?
주택소유자는 전세금이 갚아야 할 부채라는 책임의식을 분명히 지녀야 합니다. 나중에 다른 전세입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지불하면 되고, 안되면 집을 주고 말지? 주택으로 상환하지 못한 전세금은 일반채무가 되어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는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주택의 담보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집주인의 신용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전세입자의 책임입니다. 전세보증보험도 주택가격의 70% 이내만 보증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전세금은 전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평수를 줄이고 그래도 안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서라도 갚을 길이 없는 빚을 져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 상황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길어야 2년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빚에 의존해 주택가격만큼이나 높은 전세가를 지불한 전세입자들은 큰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집에 들어와서 댓글들을 보니 너무나 답답하고 깝깝하군요, 정말...
1. 금리 인상에 대하여
첫번째 챠트는 10년물미국채의 2013년 8월 6일, 오늘의 금리 추세고 밑의 챠트는 최근 6개월의 금리 상승세를 보여 줍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제가 아무리 떠들어 봤자 소용없으니 스스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기준금리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모를 사람은 계속 모르고 살면 됩니다. 나중에 닥치면 다 알게 될테니까요.
금리가 IMF 때처럼 예금금리 24%, 대출금리 30%까지 오르지는 못합니다. 당시는 달러의 고갈로 원화유동성마저 완전히 말라 저 금리도 비싼게 아니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외환보유고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고 원화가치가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에 원화금리가 그처럼 오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다만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그 수준은 10년물미국채 금리 4%대, 3년물한국채 금리 5.2~5.3%대입니다. 국채금리가 이 수준이면 주택대출금리는 8%대가 됩니다.
2. 해결 가망없는 주택담보대출
2013년 3월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14.8조원(기타까지 더하면 약547조원) 중 72.4%인 228조원이 근근이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입니다. 수억원이나 되는 이 부채를 일시에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분할상환해야 하는데, 그건 가능할까요?
3억원을 30년만기 고정금리 4.5%로 상환한다고 해보죠.....
3억÷ 360개월 + 3억x 연4.5% = 83만3천원 + 112만5천원 = 매월 약196만원
고정금리는 이자 + 원금입니다. 이자만으로 착각마세요. 최초 월196만원, 10년 후에도 월158만원, 20년 후 월120만원.....이렇게 30년동안 원금과 이자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더구나 주택담보대출의 거의 절반이 50~60대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훨씬 적은 희생을 치르고 해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미 기회를 놓쳤습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그 문제를 결국은 '금리'가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아프겠죠. 아플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다음 아고라 Econ - Pilgrim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