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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애니메이션

페미니스트가 보는 B급연애

by 501™ 2012. 10. 16.

B급 연애란 무엇인가?

누가 봐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궂은 일 고운 일 가리지 않고 제 밥벌이 착실히 하고, 똑똑하고 명민한데다 외모도 아주 떨어진다 소리는 절대 듣지 않을 그런대로 괜찮은 여자들. 

이런 여자들이 툭하면 이 병에 걸린다. 누가 봐도 저보다 못난 남자가 아니면 성에 차질 않아서 연애를 못하는 병. 

그런데 끝끝내 그 남자의 못난 점이 또 성에 차질 않아서 그 남자를 들들 볶는 병. 그러다 보면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면서도 큰 맘 먹고 새로 골라도 그 놈이 그놈인 병. 



어쩌다 얻어 걸린 괜찮은 남자를 보면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할리가 없다 싶어 한없이 쪼그라들다가 끝내 놓치고 나중에 정신 차리고 보니 나보다 한참 못한 여자가 그 남자 붙잡아서 연애 잘하고 있는 거 보면 또 내 팔자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는 병.



기어코 저보다 한참 못난 남자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평강공주 콤플렉스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
하지만 평강공주처럼 조신하고 끈덕지게 그 남자를 끌어올릴 의욕은 도무지 생기질 않고. 
그 남자도 한심하고 그 남자 만나는 나도 한심해서 계속 조지고 또 조지게 되니 평강공주 콤플렉스하고는 다르다.



사람들은 흔히 "야, 그 남자 아니면 남자가 없냐?" 이런 말을 쉽게 내뱉지만 이런 여자들의 귀에 들릴 리 없다. 
이 남자 아니면 남자가 없을 것 같다. 도무지 없을 것 같다. 
그런데다 내 마음대로 굴 수 있는 남자, 마음대로 투정부릴 수 있는 남자, 성질날 땐 성질내도 받아줄 수 있는 남자... ...
그게 이 남자 말고는 없을 것 같다. 


김현진,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 2009. 레드박스, 파주시, p.20~21


...



이 남자의 못난 모습 하나씩 볼 때마다 이전에 봤던 그런 모습들 죄다 포함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고, 
그러다가 또 별것도 아닌 걸로 꼬투리 잡아서 이 남자에게 발광을 하다 보면 꾹꾹 눌러 참는 이 남자 (대체로 이런 남자는 착하다) 모습 보고 또 마음이 아파서 내가 진짜 못되고 못난 년 같아 울음이 터지고 아 그래도 이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잘해줘야지, 하다가도 이 악순환은 영원히 계속된다.




자게이가 보는B급 연애









slrclub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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